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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모저모/마케팅

입소문 마케팅. 사람들이 얘기하지 않으면 못배기게 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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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글은 <오리콤 브랜드 저널 No.31> 2006년 9월호에도 실린 글입니다.

“이번 회식 날에는 ‘괴물’을 볼까요?”
“‘괴물’은 남자 친구랑 봐야 하니까 다른 영화를 봐요.”
“그럼 ‘카’는 어때요?”
“광고 보니까 아이들 영화 같던데요?”
“인터넷에는 어른들도 재미있다는 평이 많아요.”
“그래요? 그럼 그거 봐요.”

우리 주변에서 흔하게 벌어지는 광경이다. TV광고나 스포일러성 영화 소개 프로그램은 영화 선택에 있어 거의 힘을 발휘하지 못한다. 반면 인터넷의 별점이나 영화를 본 사람들의 평가는 영화 선택의 중요한 역할을 한다. 이런 경험이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입소문의 저력을 이해하기 쉬울 것이다.

미 국방부도 당황하게 한 Still Free 바이럴 동영상



두 명의 청년이 삼엄한 공군 기지에 몰래 들어가 미국 대통령 전용기(Air Force One)에 과감히 ‘Still Free’라고 낙서하는 2분짜리 동영상이 20개의 웹사이트에 공개된다. 곧이어 Still Free 동영상에 관한 진실 논쟁이 인터넷과 뉴스 미디어를 통해 쏟아지고, 이후 논란이 점차 거세지자 미 국방부는 에어포스원의 낙서 테러는 사실이 아니라고 세 차례에 걸쳐 발표한다. 결국, 위의 과정을 통해 7천 8백만 명의 네티즌이 Still Free 동영상을 보게 된다.

미국 광고 에이전시 드로거파이브(Droga5)에서 제작한 Still Free 동영상은 다름 아닌 남성 패션 에코(Ecko)의 브랜드와 슬로건을 고객에게 인지시키기 위한 것이었다. 저렴한 비용으로 짧은 기간 동안 많은 고객에게 에코를 알리기 위하여 그들이 선택한 것은 TV광고와 같은 전통 마케팅이 아닌 바로 입소문 마케팅이었다.

친구에게 알려주지 않고 못 배기는 비어닷컴의 버추얼 바텐더



Still Free 동영상이 2006년 칸 광고제에서 사이버 부문 그랑프리를 차지한 것을 보더라도 입소문 마케팅이 중요한 광고 기법으로 인식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이미 2004년에도 Still Free에 버금가는 입소문 효과를 낸 비어닷컴(Beer.com)의 버추얼 바텐더가 있었다. 버추얼 바텐더는 버거킹의 서브서비언트 치킨(Subservient Chicken, 시키면 시키는 대로 하는 닭)을 모방한 성인용 대화형(interactive) 게임으로 단어 입력창에 명령어를 넣으면 여성 바텐더가 도발적이고 엽기적인 퍼포먼스를 수행한다. 예를 들어 ‘남자로 변해라(turn into a man)’나 ‘바나나를 먹어라(eat a banana)’를 입력하면 명령어에 맞게 여성 바텐더가 남성으로 변하거나 이상 야릇한 포즈로 바나나를 먹거나 하는 것이다.

애스크맨닷컴(AskMan.com)과 맥심온라인닷컴(Maximonline.com) 등의 남성 라이프 스타일 사이트들과 치열하게 경쟁을 벌이고 있던 비어닷컴은 저렴한 비용으로 타깃 고객 데이터베이스 구축과 방문자 수의 증대, 인지도 및 충성도의 제고라는 마케팅 목표를 달성하기 위하여 2004년 11월 버추얼 바텐더라는 바이럴 콘텐츠를 웹사이트에 게시하였다. 그리고 론칭 당일 저녁 9시와 12시 사이에 고작 10명의 친구에게 버추얼 바텐더를 소개하는 이메일을 보낸다. 그 후 하루 이틀이 지나면서 놀랍게도 사이트 방문자 수는 75명에서 1만 5천 명, 두 배에서 세 배로 계속 증가하였다. 아무런 광고와 홍보를 집행하지 않았음에도 단 28일 동안 1천만 명이라는 놀라운 방문자 수를 기록하였고, 트래픽은 800% 이상 상승하였다. 또한 버추얼 바텐더 팬 카페엔 20만 명 이상이 가입하였다. 주변 친구에게 얘기하고 싶을 정도로 입을 근질근질하게 만드는 바이럴 콘텐츠로 인해 예상치 못한 대단한 성과를 거두게 된 것이다.

P&G의 입소문 마케팅 비밀병기 트레머

제품이나 서비스 론칭 초기에 무관심한 타깃 고객들에게 급속도로 브랜드를 알리기에는 바이럴 콘텐츠를 활용한 입소문 마케팅이 바람직해 보인다. 하지만 브랜드 인지를 넘어 구매의 단계에 이르게 하는 것은 또 다른 차원의 일이다. 실제로 제품이나 서비스를 체험한 사람들로부터 긍정적 입소문이 나지 않는 한 제품의 인지에서 구매까지 연결되기는 쉽지 않기 때문이다. 그래서 우호적인 입소문이 빠르고 널리 전파되도록 하기 위한 입소문 마케팅 실험이 다양하게 시도되고 있다.



P&G의 입소문 마케팅 전담 조직인 트레머(www.tremor.com)는 13~19세 청소년 대상 입소문 마케팅 서비스를 위해 2001년에 구축되었다. 트레머는 또래 집단 내에서 입소문 영향력을 행사하는 ‘커넥터(connector)’ 청소년을 선발하기 위해 신청자들의 입소문 전파 성향, 소셜 네트워크(social network)의 크기, 인터넷 사용 습관 등을 기준으로 심사한다. 트레머는 영향력 있는 10대들에게 새로운 제품과 서비스를 남보다 먼저 체험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면서 이들 커넥터들로부터 우호적인 입소문이 퍼지길 기대한다. 트레머의 입소문 마케팅 서비스는 엔터테인먼트, 패션, 음악, 식품, 미용 등 다양한 산업을 대상으로 하고 있으며, 초기에는 모기업인 P&G 제품을 위주로 하였으나, 현재는 P&G 외의 고객사가 다수를 차지할 정도로 시장에서 인정받고 있다. 그리고 트레머의 성공은 20세 미만 자녀를 둔 어머니 대상의 입소문 마케팅 네트워크인 보컬포인트(www.vocalpoint.com)를 탄생하게 하였다.

200명의 이자녹스 알짜배기 입소문 전파자

입소문 마케팅으로 브랜드 인지도와 실제 구매 고려율을 동시에 높일 수 있을까?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가능하다.



2005년 가을, 화장품 브랜드마다 주름 개선 신제품을 앞 다투어 출시하면서 그 경쟁 양상이 더욱 치열해지고 있었다. 이자녹스(ISA KNOX)는 ‘보이는 주름에서 숨은 주름까지 한 번에’ 해결해 준다는 슬로건을 내걸고 ‘더블 제형’, ‘더블 용기’로 차별화된 더블 이펙트(Double Effect)를 내놓았다. 이자녹스는 발매에 맞추어 200명으로 구성된 더블 이펙트 홍보대사 캠페인을 준비하였다. 더블 이펙트 홍보대사 캠페인은 20대와 30대 타깃 고객층 가운데 이른바 ‘스니저(sneezer)’ 성향의 소비자들을 선발하여 이들에게 제품 체험 기회와 커뮤니케이션 도구를 제공함으로써 홍보대사 스스로 입소문을 전파할 수 있도록 매우 치밀하게 기획되었다.

홍보대사에게는 온라인과 오프라인에서 수행할 수 있는 다양한 미션들이 주어졌는데, 200명의 홍보대사들은 주어진 미션을 충실하게 수행하는 것은 물론이고, 홍보대사 스스로 매우 독창적인 활동을 전개하였다. 더군다나 ‘리마커블한’ 제품력을 갖추고 있었기에 그런 제품을 누구보다 먼저 체험한 200명의 더블 이펙트 홍보대사는 사방팔방으로 입소문을 내고 다녔다. 입소문 캠페인은 문자 그대로 대성공이었다. 이에 따라 더블 이펙트의 인지도 및 선호도는 눈에 띄게 상승하였고, 그 결과 더블 이펙트는 초도 물량만 3만여 개가 팔려나가는 등 판매량에 있어서도 ‘리마커블한’ 성과를 거두었다.

불법 광고물 담당 경찰관도 웃게 한 황당 전단



2006년 4월 중순 새벽, 서울의 강남, 신촌, 명동, 종로 등 유동 인구가 많은 지역부터 이상한 전단지가 부착되기 시작했다. 범죄자 수배 전단지를 보는 듯한 어색한 원색 디자인으로 만들어진 전단지가 지나가는 사람들의 눈길을 사로잡았다. 핸드폰이 되어 보겠다며 전화선을 끊고 가출한 전화기를 찾겠다는 엉뚱한 내용의 전단지는 사실 여부를 떠나 사람들의 재미와 호기심을 자극하기에 충분했다. 그날 오전부터 전단지에 적혀 있던 연락처의 휴대폰으로 “분홍색 집전화기를 찾았어요.”, “진짜 집전화기가 가출했나요?”와 같은 전화와 메시지가 끊임없이 오기 시작했다.



전단지는 LG텔레콤 기분존(기분 Zone) 티저 마케팅의 핵심 메시지인 ‘왜 집전화기가 가출했을까?’를 알리기 위한 첫 번째 마케팅 활동이었으며 이어서 진행될 ‘기분존 마케팅 스토리’의 서막이었다. 예상대로 전단지는 인터넷 포털, 블로그, 유머 게시판, 일반 커뮤니티에 궁금증과 함께 삽시간에 퍼져나갔고, 하루가 지나지 않아 인터넷 뉴스 사이트의 메인 페이지에 올랐다. 방송국들로부터 취재 요청이 왔고, 4일 후 ‘MBC 생방송 화제집중’에서 방송이 되었다.

그뿐이 아니었다. 우리를 흥분시켰던 전단지로 인해 경찰서에 출두하는 일까지 벌어졌다. 불법 광고물 담당 경찰관은 만나자마자 이렇게 말했다. “이 부서에서 일하면서 오늘처럼 웃어 본 적이 없어요. 불법이긴 하지만, 너무 재미있는 전단지였습니다. 참! 내일 즉심 받으러 법원으로 오세요.”

눈에 보이지 않는 낯선 서비스를 고객들에게 쉽게 설명하고 초기에 고객들의 관심을 끌기 위해 IMC 차원에서 기획된 기분존의 입소문 마케팅은 TV광고, 신문광고, 옥외광고 등 소위 전통 마케팅과 유기적으로 결합하여 서비스 출시 3개월 만에 10만 고객을 유치하는 데 성공했다.

입소문 마케팅은 광고 기법이 아니라 철학

국내외 광고주들도 입소문 마케팅에 관심을 갖고 다양한 입소문 마케팅을 시도하고 있다. 그러나 아직도 많은 마케터들은 단기적 성과를 내기 위해 입소문 마케팅 기법을 채택하고 소비하기에 바쁘다. 입소문 마케팅은 그럴싸한 하나의 광고 기법이라기보다는 마케팅 철학에 가깝다. 따라서 단순히 성공적인 입소문 마케팅의 사례를 모방하는 것에 그치지 말아야 할 것이다. 그리고 자사 브랜드를 자발적으로 홍보하고 변호할 소비자 입소문 네트워크를 키워나가는 것이 입소문 마케팅의 궁극적 목표라는 것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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