웹기획의 영웅 딜레마 극복하기
"웹 기획자"는 "웹 서비스 기획자"가 아니다. 고의적인 구분일 수 있지만 "웹 기획자"는 스토리보드를 만들고 UI를 기획하는 전문성을 가진 사람을 말한다. "웹 서비스 기획자"는 그런 기본적인 자질이 있는 상태에서 비지니스 기획과 사용자 관리 정책 및 운영 정책을 설립하고 실행하는 사람을 말한다. 다시 말해 "웹 기획자"를 웹 사이트의 설계자로 규정한다면 "웹 서비스 기획자"는 웹 사이트를 구성하는 웹 서비스를 기획하고 사용자에게 전달하고 피드백을 구현하는 경영자라고 할 수 있다.
무엇이 무엇의 상위 개념이 아니라 "웹 서비스 기획자"라는 개념이 "웹 기획자"를 포괄하고 있으며 보다 일반적인 개념이라는 것이다. "웹 기획자"는 스토리 보드를 통해 평가할 수 있지만 "웹 서비스 기획자"는 그것 이상의 무엇이 필요하다. "웹 기획자"에게 웹 서비스와 비지니스의 관계 이해는 옵션이다. 반면 "웹 서비스 기획자"에게 비지니스 관계 이해는 필수다. "웹 기획자"에게 사이트 UI의 이해와 적용은 필수지만 "웹 서비스 기획자"에게 사이트 UI는 다른 필수적인 요소에 의해 덜 중요한 요소가 될 수 있다. "웹 기획자"는 사이트 운영에 관여하지 않을 수 있지만 "웹 서비스 기획자"는 사이트 운영에 반드시 관여해야 한다.
작은 조직에서 "웹 기획자"는 "웹 서비스 기획자"의 역할을 부여 받는다. 본인이 원치 않더라도 그런 역할을 수행해야 하는 것이다. 그런데 이 두 가지 직종은 엄연히 서로 다른 지식적 경험적 기반을 요구한다. 설계를 잘 하는 사람이 운영을 잘 한다는 보장은 없다. 또한 운영을 잘 하는 사람이 설계를 잘 할 것이라는 믿음도 어설픈 것이다. 완벽한 사이트 맵이 완벽한 운영을 보장하지 않는다는 말이다. 또한 완성도 높은 UI가 완성도 높은 서비스를 보장하지도 않는다. 여기서 문제가 발생한다. "잘 할 수 없는 일을 강요받게"되는 것이다.
이러한 문제는 웹 사이트를 운영하는 회사 전반에 나타나는 매우 보편적인 문제다. 실제로 이런 문제에 처한 회사와 대상자는 문제의 핵심을 비켜난 논쟁을 벌인다. 회사는 더욱 다양한 요구를 하게 되고 대상자는 그 요구에 숨이 막힌다. 업무를 처리하지만 업무 처리 이상도 이하도 아닌 현상 유지에 급급하게 된다. 새로운 서비스의 기획은 정체되고 현재 업무 처리마저도 수준 이하가 되어 버린다. 이로 인해 사용자의 증가는 지연되고 웹 사이트를 생명력을 잃게 된다.
"기획"이라는 매우 보편적인 단어와 "웹(web)"의 결합은 "웹기획"이라는 신조어를 낳았다. "웹기획"은 새로운 웹 사이트와 운영 중인 웹 사이트에 대한 모든 업무를 처리하는 수퍼맨을 의미하는 단어가 되어 버렸다. 애니메이션인 "인크리터블"을 보면 수퍼히어로에 원한을 갖게 된 '신드룸'이 내 뱉는 한 마디가 있다.
"내 무기를 이용하여 모두가 영웅이 되어 버리면 이제 영웅이 평범해 지겠지"
영웅으로써 "웹기획자"는 찾기가 매우 어렵다. 그런 영웅은 거의 혼자서 하나의 웹 사이트를 만들고 운영하여 성공으로 이끌게 된다. 물론 영웅의 역할은 어느 지점에서 멈춘다. 한 명의 영웅이 전 세계를 구원할 수는 없듯 어떠한 시점이 되면 몇 명의 영웅과 많은 평범한 그러나 뛰어난 사람들이 필요하다. 조직의 확대 개편이 이루어지는 것이다.
그렇다면 "웹기획자"에게 주어진 엄청난 부담 - 소위 수퍼 영웅이 되어야만 하지만 그럴 역량이 없는 -을 해소할 수 있는 대안은 무엇인가? 이것에 대해 답하기 전에 우선 이런 고민을 하고 있다면 감사한 마음을 가져야 한다. 대부분의 웹 사이트들은 이런 고민을 할 수 있는 시기에 도달하지도 못하고 사라져 버린다.
이 문제는 고전적인 방법으로 풀 수 있다. 바로 "팀웍에 의존하는 것"이다. 잘 훈련된 팀웍(team-work)은 영웅이 할 수 없는 일을 해 낼 수 있다. 4 명의 평범한 인원들이 10의 역량을 가지고 있는데 현재 필요로 하는 요구량은 100이라고 생각해 보자. 그렇다면 -60 인 상태가 계속될 것이다. -60은 결국 웹 사이트를 망하게 만들 것이다. 우리는 그것을 잘 알기 때문에 이렇게 이야기한다.
"새로운 인원을 빨리 충원해 주세요!"
그러나 6 명의 새로운 인원이 충원된다고 상황이 예견했던대로 달라지지 않는다. 4 명을 위한 팀웍과 10 명을 위한 팀웍은 매우 다르기 때문이다. 또한 팀웍을 구성하는 전체 숫자의 2.5 배에 달하는 신규 인원이 충원되게 되면 조직의 붕괴 가능성이 매우 높아진다. 1년 이내에 전체 조직원의 30% 이상이 변동될 경우 해당 조직의 붕괴 가능성은 몇 배 이상 높아진다는 연구 보고가 있다. 따라서 새로운 인원의 충원은 거의 모든 경우에 문제를 해결하는 대안이 되지 못한다.
웹사이트 사용자의 숫자는 더욱 빠른 속도로 늘어갈 것이며 그와 걸맞는 속도로 응대하는 피드백 시스템을 구현해야 한다. 속도전에서 사용자에게 뒤쳐지지기 시작하면 걷잡을 수 없는 파국으로 이어지는 상황이 점점 더 자주 발생하게 된다. 업무량은 더욱 늘어날 것이며, 잦은 야근과 철야로 인해 조직원은 지쳐갈 것이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조직은 팀웍 중심으로 재편되어야 하며, 이슈(issue)는 집단적으로 해결되어야 한다. 더 이상 웹기획자 혼자서 감당할 수 없는 일이 더욱 많이 발생할 것이므로 그/그녀의 개인 역량에 의존해서는 안된다. 팀웍은 제안과 토론 그리고 실천의 프로세스를 집단적으로 처리할 수 있어야 한다. 한 사람 혹은 몇 몇 사람으로 구성된 팀으로 업무를 분산시켜서는 안된다. 따라서 이런 슬로건이 필요하다.
"우리는 모든 것을 알고 있으며 모든 것을 할 수 있으며 특별히 그것을 잘 한다"
팀웍 중심으로 개편된 조직에서 과거에 APM을 기반으로 한 웹 프로그래머(Apache-PHP-MySQL를 주요 기술로 하는 웹 프로그래머)는 과거와 다른 업무 역량을 요구받게 된다. 이 프로그래머는 과거에 APM과 관련된 일만 했다. 참가하는 회의는 웹 프로그램과 관련한 몇몇 회의 뿐이었으며 다른 업무에 대한 요구는 없었다. 만약 그런 요구가 주어지더라도 자신의 주요 업무가 아니기 때문에 실질적인 산출물 및 자기 발전과는 별 관계가 없었다. 그러나 새로운 팀웍을 위해 이 프로그래머는 매우 다양한 회의에 참가하여 자신의 의견을 제시하고 토론을 해야 한다. 즉 프로그래머도 UI나 스타일 가이드에 대해 이야기할 수 있어야 하며 이야기해야만 하는 것이다.
새로운 팀웍을 위해 이 프로그래머는 과거에 자신의 영역과 별 관련이 없던 다른 부서의 업무를 익혀야 한다. 새로운 책을 봐야하고 새로운 토론에 참가해야 한다. 그러나 여전히 그/그녀는 APM 기반의 웹 프로그래머다. '모든 것을 알고 있다' 그리고 '모든 것을 할 수 있다'는 것은 어떤 일에 대한 의존도를 분산시키기 위한 것이다. '특별히 그것을 잘 한다'는 것은 전문화된 영역의 중요성은 여전히 존재하며 그것으로 인해 평가받게 될 것임을 의미한다.
새로운 팀웍 하에서 "스토리보드 나오면 이야기 합시다" 따위의 이야기는 통하지 않는다. 스토리보드의 구성과 생성을 위한 필요조건을 모두가 알고 있다. 필요하다면 언제든 프로그래머나 디자이너도 스토리보드를 그릴 수 있다.(물론 생산성은 떨어질 것이다) 따라서 스토리보드가 나오기 전에 새로운 서비스나 웹 페이지에 대한 토론을 진행할 수 있다. 과거에 7 일이 걸렸던 작업을 3 일 안에 끝낼 수 있게 된다. 프로젝트 전체에서 웹기획에서 발생하는 병목현상도 극복할 수 있다. 서로 다른 업무에 대한 이해도는 높아지며 업무 개선의 속도도 빨라 진다.
잘 훈련된 팀웍은 평범한 사람들의 역량을 그 이상의 것으로 진화시키는 기폭제가 된다.
잘 훈련된 팀웍을 갖기 위해 무엇을 준비해야 할까? 수 많은 과제가 있겠으나 한 마디로 정리할 수 있다. 바로 "내부로부터의 변화"다. 자신이 변화하지 않으면 아무것도 변화하지 않는다. 운이 없다면 그 변화에 실패하여 조직에서 도태될 수도 있다. 변화는 바로 자신에서 시작해야 한다. 조직은 그 변화를 제시하며 지원하기 위해 노력할 것이다. 그러나 궁극적으로 자신이 변하지 않는다면 잘 훈련된 팀웍은 요식행위일 뿐이다. 자기 자신에게 의미있는 변화. 조직과 함께 하는 변화. 진화로써 변화를 받아 들이는 것. 그것이 핵심이다.
만약 '잘 훈련된 팀웍'을 만들 수 있다면 웹기획자의 수퍼 영웅 딜레마는 자연스럽게 해소될 것이며 새로운 조직 형태로 진화할 수 있는 근간을 마련하게 될 것이다. 이 변화에 성공하는 조직은 더 큰 규모의 웹 사이트를 꾸릴 수 있다. 십 만명을 꾸리는 웹 사이트의 조직과 백 만명을 꾸리는 웹 사이트의 조직은 비록 그 조직 편재가 같더라도 운영 방법은 전혀 다르다. 마찬가지로 천 만명을 꾸리는 웹 사이트는 또 다른 조직 운영 방법을 갖고 있다. 하나씩 해결해 나가려는 다짐이 있다면 이런 조직은 바로 우리가 있는 이 조직이 될 것이다.
출처 : 강팀장의 Web E.Y.G(웹이야기)